집 떠나면 개고생 지구 떠나면 생고생
꽤애액!
무언가 이상한 새의 울음소리가 하루의 시작을 알린다. 해가 뜨면서 빛이 온 세상을 비추고, 이윽고 새벽이 기지개를 켠다.
수풀은 사람의 발걸음을 모른 채 짙게 우거지고, 산은 자신의 위용을 뽐내듯 거대한 몸집을 내보인다. 햇빛이 비칠수록 두 봉우리 사이에 감춰져있던 작은 강이 빛을 난반사시킨다. 하늘에서는 구름이 햇빛을 피해 도망가듯 흘러간다. 오늘의 날씨는 맑음이다. 이것이, 블라드 대륙의 아침이다.
절경과 함깨하는 아침을 맞이하는 영광을 누리는 것은 작은 개울가 옆에 위치한 작은 신전에 사는 노신관이다. 자연과 어울리는 신전에는 갖가지 손님들이 왔다간다. 노신관은 그 작은 손님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주며 새벽을 보낸다.
스키우루스 중에서도 유난히 꼬리가 긴 이 작은 손님은 노신관의 어깨에 올라타는 것을 좋아한다. 항상 그의 옷깃에 긴 꼬리를 감아 어지간하면 떨어지려고 하지 않는다. 그러나 오늘의 스키우루스는 평소와 다르게 노신관의 손가락에 꼬리를 휘감는다. 자기를 따라오라는 뜻이다.
노신관은 그 행동을 저지하지않고 스키우루스가 인도하는 강가로 향했다. 신전의 손님들은 영리하다. 이유없는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노신관의 발걸음이 문득 멈추었다. 강가에 있는 무언가를 발견한 탓이다. 가까이가보니 사람의 형태를 하고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일반적인 사람의 모습이 아니었다.
옆구리를따라 길게 난 자상刺傷은 속에 있는 것을 꾸역꾸역 내뿜듯 피를 토하고있었고, 그에따라 강은 핏빛으로 물들여졌다. 안그래도 작은 강인지라 그것이 매우 선명하게 나타났다.
노신관은 지체하지않고 사람을 끌어내었다. 다 늙은 몸에서 어디서 그런 괴력이 나오는지는 모르겠지만, 노신관은 힘든 기색없이 손을 피가 나오는 옆구리로 갖다대었다. 손에 진득한 피가 잔뜩 묻었지만 개의치않는다.
푸른 남색의 빛은 책임을 상징하고, 부드러운 분홍색의 빛은 자비를 상징한다. 그리고 찬란한 금색의 빛은 천상의 힘을 상징한다. 노인의 손에서 이 3가지 빛이 흘러나와 상처를 감싸자 기적이 일어났다. 흘러나오던 피가 멎고, 얼굴에는 혈색이 돌아오며, 상처가 시간의 흐름을 거슬러 올라가듯 사라져간다. 이는 신을 믿는 자들이 신의 권능을 빌려 사용하는 시어지Theurgy를 사용한 결과이다.
소년이 상처입었다는 사실을 부정하듯, 그 몸은 완전히 온전한 상태로 되돌아갔다. 오로지 남은 흔적이라곤 길게 찢어진 옷과 거기에 묻은 핏자국 뿐이다.
"옮기자꾸나."
노신관의 나즈막한 말을 알아듣고 움직인 것은 어느샌가 노인의 곁에 다가온 또다른 신전의 손님이다. 스키우루스와는 달리 거대한 몸집을 자랑하고, 그만큼 사람 하나 드는 것 정도는 거뜬한 바루스라는 손님이다. 평소에도 과묵한 이 손님은 그저 묵묵히 자신의 귀를 이용하여 소년을 들어올린다. 그리고선 신전을 향해 묵직한 발걸음을 내딛는다.



페이지 댓글
comments powered by Disqus